[글마당] 곱슬머리 손녀
창 밖 쏟아지는 비를 보며 “엄마, 비는 생머리네?” 볼이 탱글탱글한 6살 소녀 꽃망울 터트리듯 말한다 그녀는 자기만의 세상을 만나기 위해 빗속에 서 있다 두 눈을 살짝살짝 곁눈질 해가며 머리끝에 떨어지는 빗줄기에 입술은 보랏빛 입을 열어 말하지만 소리는 굳어 쏟아지는 비 그녀가 살아야 할 인생을 소리나는 대로 바닥에 적어 놓는다 그녀의 생머리 바닥에 흔들리고 눈썹에 매달린 방울방울 발자국 남기며 떠났다 어느새 웃음이 하늘에 걸려있다 이경희 / 시인글마당 곱슬머리 손녀 곱슬머리 손녀 소녀 꽃망울